만나서는 안될 두사람의 만남
“동희야..”
소멸 당하기 직전 떠오른건 아이러니하게도
동희의 이름을 부르고있었음에도
바로 앞에 있는 각별이었다.
어릴때 친할수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멀어져있었던
그리고 동희를 죽게 만든 동생.
아니 동생이라 불러줄것도 없다.
이 거지같은 세상, 이젠 안녕이라지
팟!
완전히 소멸되며 흰 빛이 흩날렸다.
아니 소멸이 된줄알았다.
아무것도 없는 흰 방에 그는 덩그러니 놓여졌다.
“이게 소멸이야..?”
정말 아무것도 없는, 심지어는 티끌 하나도 없는
그저 흰 방이었다.
그래서 이게 끝이라고?
공룡은 잠시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소멸되고나서도 난 살아있어야..아니
세상에 남아있어야하는거야?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오른 그는
그를 지켜보고있을 신에게 외쳤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다 걔때문이잖아!!
동희만 살려줬어도 내가 이러진 않았잖아.
동희만 살려줬어도..내 인생의 전부인 내 아들을..
꼭 그렇게 죽게 내버려뒀어야했냐고!!
잠뜰 걘 모르는 사람이잖아? 조카를 내팽개치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살리러 간다는게 상식적이야?”
순간 한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렇게 혼자 소리치는 내가 미친걸까?
“아..아하하 진짜 나 혼자뿐이라는거지? 여기서 뭘 더
해야할까? 아무것도 없는..누군가를 지켜볼수도 없는
그냥 흰 방인 이곳에서..말이지..”
간절하게도 바란건 복수가 아닌 완전한 소멸이었다.
그는 더이상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있었다.
소멸 전 간절히 원했던 각별에게의 복수
동희가 살아나는것이나 원래대로 돌아가는것까지
“이젠 완전히 지쳤어..그냥.
차라리 완전히 소멸시켜달란말이야..
이 기억, 감정, 내 존재, 그리고 나같이 남아있을것같은
내 동생이라 부르기도 싫은 각별까지..
잘게잘게 흩어지게 둬 그냥 제발!!
이 세상에서 없어지게 해달라고 말하잖아!!”
그렇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신이 지금 없는걸까?
그렇다면 이런 공간에 내버려둬서 뭐하라는거지?
“진짜..후회같은건 하지도 않을거니까..시간을 돌리는
그런 터무니없는 일도 안 바라니까..
내 모든것이 남지 않게 해달라고..
기억이나 감정 더 나아가서는 존재까지
소멸시켜달라고..내가 애원하잖아?”
여전히 묵묵부답뿐이었다.
어쩌면 신은 없는게 아닐까?
“..여기서 뭘 하라는거야..여기는 왜 있는거고
왜 만들어진거지..”
그 상태로 시간은 흐르고 흘렀다.
아니 어쩌면 1일이 넘게 흘렀을수도, 혹은
1시간, 심지어는 1분만 흘렀을수도있다.
완전히 지친 그는 결국 한가지 말을 내뱉었다.
“여기 나가기만 하면 신을 죽여버릴거야”
“정말이야 그거? 신을 죽여버리다니?”
팟!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진짜 미쳐버린걸까?
아니면 그토록 원망했던 신일까?
고개를 든 공룡은 둘중 누구도 아닌
한 거울을 마주했다.
그저 허공에 떠다니는듯한 거울 하나
공룡 자신의 모습이 비춰질뿐인 평범한 거울..
은 아니었다.
“안녕? 난 덕개야! 아니 일단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너 정말 신을 죽여버릴거야?“
어딘가에서 본것같은 익숙한 얼굴..
아마 잠뜰 곁에 붙어다니던 걔..
“난 너가 아는 덕개가 아니야. 그러니까 대답 좀 해줄래?”
“..그냥 날 소멸시켜주면 좋겠어..”
“아니 그거 말고. 여기서 나가면 신을 죽인다고?”
“그러니까 그냥 소멸되는게 소원..”
“신을 죽인다면서?”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것에 질리기도 했고
이미 신경이 날카로워진 공룡은 결국 외쳤다.
“이런 세계를 만든 신도, 이 세계의 모든 사람도
다 죽여버리고싶다 진짜!!”
“그럼 내가 도와줄게”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공룡은 고개를 들었다.
“세계를 만든 신이랑 세계의 모든 사람을 죽이겠다는 말
들어주겠다고”
“뭐..? 그게 어떻게 가능한..”
순간적으로 거울이 일렁거리더니 덕개가 걸어나왔다.
“복수 한번 해보자! 날 따라올거지?”
그는 앉아있는 공룡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연하지. 어차피 이미 소멸된 몸인걸?”
공룡은 씩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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