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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기억

노곤도곤 2024. 3. 21. 00:32

뜰팁 단기 상황극 혁명과 기억 재단사의 스포가 들어있을수있습니다

 

내내 화창하고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던 날

자이언트 드림에 손님이 찾아왔다.

“어서 오세요~”

어느때와 같이 손님을 맞으러 걸어나가던 수현은

잠시 멈칫하고 말았다.

마치 도플갱어가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일까, 싶을정도로

잠뜰과 똑 닮은 얼굴을 가진 한 손님이 걸어오고있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그…자이언트 드림 맞나요?”

그 손님에게서는 바싹 마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맞습니다. 자 여기 앉으세요. 차 한잔 드릴게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수현은 손님을 탁자로 안내했다.

선선한 바람이 조용한 손님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고있었다.

차를 마시는 그녀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그가 아는 잠뜰이었다.

”…우선 원하시는게 있으신가요?“

수현의 질문에 그녀는 나지막히 웃으면서 답했다.

“…제 기억에서 ’그‘를 지워주실수있나요?”

그렇게 말하는 손님은 추억을 되짚는것같기도 했지만

쓸쓸하고 슬퍼보이기도 했다.

뭔가 사연이 깊을것같은 손님, 수현이 내린 결론은 그거였다.

오늘따라 가게 안이 한층 더 어둡고 조용한듯했다.

둘은 조용히 2층의 문 앞에 나란히 섰다.

“그럼, 이 방으로 들어가시죠”

손님이 아래로 떨어져내리고 수현은 뒷문으로 향했다.

그동안 손님은 잠뜰의 앞에 서있었다.

”아이고~ 어서오세요 손…님?“

언제나와 같이 손님을 마주하던 잠뜰도 멈칫할정도로

그 둘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반면 손님은 별 반응 없이 주변을 둘러볼뿐이었다.

“아, 일단 편하게 앉으시죠”

상념에서 빠져나온듯 잠뜰은 손님을

방석으로 안내했고 곧 손님은 그대로 잠이들었다.

”…뭐지..? 왜 이렇게 닮아있는거지..“

중얼거리는 잠뜰의 옆에 수현이 내려와 대답했다.

”글쎄…일단 이 분은 자신의 기억속에서

 ’그‘를 없애는걸 바라고계셔“

”’그‘라니, 뭐 특별한 사람이나 원수라도 되는건가…“

멍하니 생각하며 그녀는 기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기억 재단사의 일을 시작할 시간이었다.

손님의 기억 속은 꽃이 가득 만개한 들판이었다.

화창하고 선선한 날씨의,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꽃들과 나무들

커다란 풍차가 천천히 돌고있었다.

잠뜰은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꽃들 사이에는 몇가지의 물건이 떨어져있었다.

글자가 빼곡히 쓰여진 고급진 편지,

불에 타버려 형체도 남지 않은 무언가의 잿더미,

눈에 익은듯한 왕관 하나,

반쯤밖에 색칠되지 않은 초상화 등.

하나 하나 치울때마다 점점 꽃이 사라지고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모든 흔적들을 차례대로 따라 풍차에 가까워져갔다.

그때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 잠뜰이 몸을 일으키자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는지

저 멀리에 한 남자애가 보였다.

“잠뜰아! 오늘도 같이 놀자!!“

“왕자, 아,아니 그…도련님! 이건 진짜 아니라고요!”

무언가 고급진듯한 옷을 입은 푸른 머리의 남자애

그리고 저 멀리에서 그를 따라오는 한 어른까지.

”…아마 손님이 바라시는 ’그‘는…저사람인건가“

잠뜰은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 둘은 사라지고

들판은 메말라 풍차 하나만이 남아있었다.

하늘은 금세 어두워질듯 해가 뉘엿뉘엿 지고있었다.

저 멀리에 나타난 양에게 다가가며 잠뜰은 힐끗 뒤를 바라보았다.

엄청난 불길이 들판에 번지고있었다.

이미 치운 모든것들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이 모든 흔적을 없애겠다는듯이

순식간에 번져오는 불길을 피해서 잠뜰은 밖으로 나왔다.

그녀는 멍하니 손 안을 바라보았다.

오묘한 색의 기억이 잠뜰에게 들려있었다.

행복도 불안도 아닌, 섞인듯한 색의 기억.

잠뜰이 기억을 바라보는동안 어느새 그 손님은 사라지고 없었다.

화창하고 선선했던 기억이 사라진것을 날씨도 아는지

어느새 바깥은 어두컴컴하게 먹구름이 몰려와

굵은 빗줄기를 흩뿌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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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월요일에 올리는거 말고도

많은 팬픽들을 신청받고있습니다

이렇게 간간히 올라오는 그냥 팬픽에 댓글로

원하시는 뜰팁 소설을 써주신다면

최대한 빨리 써서 전달드려보겠습니다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