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곤도곤 2024. 3. 11. 22:51

떨어진 문

 

입학식과 개학식 후 첫주가 순식간에 흘러가버리고

결국 또다시 월요일이 찾아왔다.

심지어 주말마저 눈 깜빡한사이에 없어진탓인지

적응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애매한 둘째주가 시작되었다.

갓 중학생이 된 1학년도, 이젠 선배가 된 2학년도

내년에는 고등학생인 3학년까지.

모두 들뜬 분위기와 가라앉은 분위기가 공존했다.

집중도 잘 안 되는 월요일이지만

나름 평화로운 수업들이 하나,둘 지나가고

3교시 쉬는시간이 찾아온 그때,

다른 반의 친구들도 보러가기위해 모두가 

밖으로 나와 북적북적한 복도 한가운데에서

쿵!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뭔 일이야? 방금 뭐 부숴진거 맞아?”

“누구 싸우는건가?”   “구경가자! 어디야?”

“선생님 불러와야하는건가?”

“저기 2학년이 깬건가봐!”

복도에 가득 차있던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소리가 난 곳으로 모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들이 마주한건 문앞에 서있는 세명의 사람이었다.

2학년 1반의 뒷문이 틀에서 빠져나온건지

복도 바닥에 떨어져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 옆에는 문 앞에 주저앉은 한 학생과

선생님에게 머리를 숙이고있는 학생이 눈에 띄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라더야 시끄러워…나 컴퓨터실 가도 되냐”

“각별학생, 라더학생….이게 무슨 일인지..”

우렁찬 목소리가 복도에 쩌렁쩌렁 울리고

쩔쩔매는 선생님의 목소리도 간간히 들렸다.

“뭔 일 있어? 사람 많이 모여있는데”

“싸움났나봐!!”  “저 사람 누군지 알아?”

그 소리에 사람들이 더 몰려들기 시작했는지

어느새 사람들이 문 주의로 잔뜩 몰려있었다.

그럼에도 부족했는지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오는 세명이 있었다.

“정공룡 밀지 좀 말아봐…앞에 좀 보여?”

“수현형! 사람들 머리랑 천장 빼고는 아무것도 안보여!”

“박덕게 너야말로 뚫고 나가봐! 여긴 더 못 가겠는데?”

그리고 반대쪽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몰려오고있었다.

“다들 좀 비켜봐. 뭔 일이라도 났어?”

선생님과 3학년들까지 다가오자 대부분의 구경꾼들은 

흩어지거나 반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이 문이 왜 떨어지지..”

“걱정마시죠. 아마 이정도는 금방 고칠수있을것같네요”

선생님 옆에서 문을 살펴보던 한 학생이 입을 열었다.

“잠뜰학생…고마워..”

“이정도는 당연한거죠. 아마 체육쌤한테 부탁하면

금방 고쳐주실것같네요”

그렇게 말한 후 그녀는 사람들을 헤치고

교무실을 향해 서둘러 걸어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에 다들 멍하니 

그 학생을 바라보다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다시 앞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정말 고의는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그렇게까지 사과할건 없을것같긴한데..”

크게 소리치는 그 학생 앞에서는 담임선생님이

기세에 눌린듯 말하고있었다.

“그래서…무슨 일이길래 문이..?”

“그게…라더가 뛰어 나오다가 문이랑 부딪혀서..”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각별선배!!“

그 말까지 복도에 울려퍼지고나서야

거의 모든 구경꾼들이 반으로 돌아갔다.

”와…사람이 문을 부술수가 있구나..?“

“당연한 소리하지마 설마 그것도 몰랐음?“

”그나저나 이제 우리도 반에 돌아갈까?”

중얼거리는 덕개를 끌고

공룡과 수현도 자신의 반으로 돌아갔다.

“체육 선생님! 이쪽이에요!”

그동안 잠뜰도 선생님을 불러오자

어느새 부숴진 문도 치워지고

수업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자 다들 교실로 돌아가고!!”

순식간에 복도에는 문 없는 문틀만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