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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지 못한 복수

노곤도곤 2023. 12. 14. 00:31

어두운 방 안에 약간의 달빛이 스쳐들어왔다.

마치 바닷물처럼 넘실대는 그 빛에

누군가의 한숨이 겹쳐졌다.

“..미안해 혜주야”

낮은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어두운 구석에 앉아서 바닥에 비친 달빛만을 바라보는 그는 

양손에 수갑이 채워진 덕개였다.

“내가..다 죽였어야하는데..미안해..

널 위해서라도 복수를 마쳤어야하는데..”

멍한 그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런짓을 한 자식들 모두 남김없이 죽여버렸어야하는데..

내가 실수해서..세명이나 살아있게 되어버렸어..”

공허하게 말이 울려퍼질뿐이지만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있잖아, 나는 그래도 그 자식들이 포스터를 봤을때 

아니면 퍼즐을 풀어나갈때라도..그 기사를 봤을때라도.

자신들이 그렇게 한거라고 말은 안 하더라도 반성하는 

그런 자세를 보이길 바랬는데..전혀 그렇게는 안 하더라..”

그의 눈은 지금 이곳에 없는 무언가를 보고있는것같았다.

“내가 죽이려고 총을 들었을때, 그제서야 다들 허겁지겁 

사과하는 그 모습을 너가 봤어야하는데..결국 그 사과는

너가 가장 원하던것이었으니까..”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무대는 너가 서야만했었는데. 너가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주인공이었을텐데..못하게되어서 아쉬웠지?”

마치 앞에 혜주가 있는것같은 말투였다.

“그래서 아무것도 못한 나는 복수라도 해주고싶었는데..”

그는 천천히 앞으로 손을 뻗었다.

“혼자 두게 되어서 미안해..너가 힘들때 복수하러 떠나서..

오빠가 이정도밖에 못 해줘서..그리고 이렇게 잡혀버려서..”

그렇지만 그곳은 텅 비었을뿐이었다.

덕개의 입가에는 약간의 허탈한 미소가 스쳤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달빛만이 텅 빈 방을 비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