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이 소설은 제 상상만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소설이 아닙니다.
수상한 이웃집 마지막화 대화를 기반으로 쓰여졌습니다*
수많은 시간이 흘러가고 흘러갔다.
아무 의미도 없이, 인간과 어울리던것이 꿈인것마냥..
역시나 그가 바뀐건 딱 하나때문이었다.
“잠뜰아..”
이종족인 그는 수많은 시간을 살아간다.
그 사이에 필멸자인 인간은 죽을수밖에 없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일임에도
각별은 계속 슬픔에 빠져있었다.
더이상 같이 장난칠 사람이 없구나..
더이상 집에 쳐들어와서 관을 부수는 사람이 없구나..
더이상 문을 열고닫으며 나에게 배웠다고
노크라 우기는 사람이 없구나..
더이상은..더이상..
창밖으로 내다 본 그의 눈길은 한 집을 향해 가닿았다.
하필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파란 집
옛 잠뜰의 집이었다.
“..한번쯤은..가봐야겠지..”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며칠만의 외출인가
기억도 안 날정도로 시간은 흐르고 흘러있었을것이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집안 가구들
곳곳에 쳐져있는 거미줄들
천천히 들어간 각별은 이미 안에 모여있는
다른 이웃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미 다른 가구들을 살펴보고있었다.
탁 탁
그때 수현이 먼지를 털며 한 책을 집어들었다.
먼지가 뿌옇게 쌓인 익숙한 이름의 책
“수상한 이웃집. 내가 열심히 썼는데..”
“그거 결국 우리 이야기잖아 출연료 내놔”
공룡의 말에 수현은 책을 꼭 껴안으며 대답했다.
“절대 안돼”
“근데 수현아 잘 썼으면 한번..음..뭐라고 하더라..”
덕개는 갑자기 고민에 잠겨 혼자 중얼거리다가 말했다.
“맞아 그 낭독회같은거 해보지 그래?”
“마침 이거 개정판이라며. 한번 읽어봐”
리더도 옆에서 말을 건넸다.
각별도 자연스럽게 그들의 틈에 끼어들었다.
옹기종기 모인 그들은 수현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잠뜰의 내집 마련과 첫 만남, 점점 늘어가는 이웃들,
그 전에 이미 만났던 덕개와의 이야기,
집이 터지는 사고, 수리비를 내려 얼렁뚱땅 해버린 취업,
뱀파이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피를 내준 선택,
이종족/인간 통합 아파트로 이주한 일,
사고 친 공룡을 추격해 꽃밭까지 갔던 일,
수현의 과거와 라더의 과거를 알게 된 일,
블러드 팩토리가 광하시에도 열게 된 본격적 화합,
개정판에만 담긴 승화언니의 정해진 운명,
잠뜰의 식당 운영기와 마지막 이별까지
그리고 모두의 이야기를 기록한 이 책,
한참 후에야 이 낭독회는 끝이 났다.
“수상한 이웃집 개정판! 낭독회도 끝!
역시 명작이라니까 내가 썼는데도!”
혼자서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수현의 말에
덕개가 말을 돌렸다.
“해피엔딩이 좋다더니..”
“그랬지..동화속에선!”
어째 많이 쓸쓸해진 목소리였다.
“하지만 현실은..완벽한 해피 엔딩이 있을수는 없더라..”
각별은 자신도 모르게 잠뜰을 떠올렸다.
“언젠가는 슬픔이 우리를 덮칠때가 오고
우리에게 덮쳐오는 슬픔과 부딪혀야 할 날도 오지!”
그리고 아마 그건 다른 이웃들도 마찬가지였을것이다.
인간의 삶이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되는 우리의 삶이야..”
점점 가라앉는 분위기에 덕개가 손뼉을 쳤다.
“책 다 읽었으면은 우리 빨리 청소 좀 할까?
이렇게 해서 언제 다 치울거야..”
“아저씨 잔소리는! 말 안 해도 할거라고요”
그 말에 공룡이 툴툴대며 청소를 시작했다.
정적을 뚫고 다시 공룡의 말이 울려퍼졌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뭔가 매우 슬픈 그런 목소리
덕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아주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까”
그의 목소리도 매우 차분했다.
오히려 너무 차분해 슬픔이 느껴질정도로.
“이제는 치워줘야지.”
각별도 그 말에 보탰다.
“네. 많은 시간이..흘렀으니까요..”
다 같이 고요 속에서 가구 정리와 청소를 시작했다.
어디를 치우던 어디를 쓸고닦던 모든곳에
잠뜰이가 남아있는것같았다.
모두가 함께 도왔던(?) 인테리어
이걸 하려고 자주 쳐들어와 곤란하게도 했던 게임기
다같이 잠뜰이의 요리를 맛봤던 거실과 부엌
하나 둘씩 기억을 상기시키며 치우다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갔다.
다들 나오며 차기 시장같은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나눌때
각별의 시선은 앞에 선 차량에서 떼지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와 이 동네 진짜 오래됐다 봐!
저 집은 거의 100년은 된 거 같애! 안 무너지나?”
익숙했다.
너무나도.
분명 저 사람은 잠뜰이 아니다.
하지만 잠뜰이라고 예감이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 동네 이웃들이신가봐요?
안녕하세요! 오늘 새로 이사왔습니다!”
다섯 이웃은 동시에 미소지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